집 구할 때 써두었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까먹고 있었던 포스팅. 더 늦어지기 전에 올려봅니다.
1. 후보군 추리기
미국행이 결정되고 가장 먼저 든 생각. "어디서 살지..??ㅠㅠ" 한국에서 먼저 집을 구하고 갈까, 아니면 미국에 도착해서 집을 구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한국에서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에 도착해서는 모아놓은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집을 구해보기로 결정했다. 나 혼자 살 집도 아니고,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와 같이 살아야 할 집이라 집 내부 뿐만 아니라 동네 분위기도 중요했기 때문.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집을 구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매우 다양하다. 원하는 조건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하우스 헌팅(House hunting)을 시작할수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 기준에 맞춰 집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참고: 미국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
내가 집 구할 때 고려한 사항
1. 가능한 빨리 입주 가능한 집 (미국 입국 후 호텔에서 계속 지내야 했기 때문. 호텔비 너무 비싸다!!)
2. 렌트비, 관리비, 주차비 등을 다 합쳐서 월 3,000불 이하의 집
3. 집 안에 세탁기와 건조기 구비되어 있는 집 (공용X)
4. 회사와 너무 멀지 않은 거리인 곳에 있는 집
5. 구글과 yelp 평점 4.0이 이상인 집
6. 치안이 괜찮은 동네에 위치해 있는 집
7. 아파트 단지와 집 내부가 깔끔한 집
8. 가능하면 마루바닥인 집
9. 아파트 관리인이 친절하고 일처리가 빠릿한 집
2. 방문 일정 잡기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 미국 부동산 사이트인 질로우와 아파트먼츠닷컴 등에서 2와 3에 해당하는 사항을 필터로 걸어 매물을 검색했다. 구글이나 yelp에서 평점이 안좋은 아파트는 후보군에서 제외시켰고, 아파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집 내부 구조와 옵션 등을 확인했다.
어느정도 후보군이 추려지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투어 일정을 잡았다. 너희 당장 입주 가능한 방 2/화1 집이 있니? 있으면 혹시 투어를 해볼 수 있을까? 언제 가면 될까?라고 물어보면 된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아파트 관리자에게 메세지를 보낼수도 있는데 경험상 제대로 답변이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전화로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리사무소와 연락을 하려면 미국 번호가 필요하다. 물론 한국 번호 로밍서비스로도 관리사무소에 연락은 할 수 있지만 관리사무소에서 내 번호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 +82로 시작하는 국제전화번호를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용 핸드폰을 개통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 미국 민트 모바일(Mint Mobile) e-SIM 요금제 가입 및 후기
미국 MVNO 서비스 Visible e-SIM 가입 및 사용 후기)
다만 아파트 홈페이지나 부동산 사이트에서 빈 방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매물이 없을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약간 짜증을 내면서 왜 사람들이 전화를 해서 방이 있는지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이트 관리를 좀 하시는 것이 어떨지....
보통 하루에 여러 집들을 둘러보게 되는데 이동시간 등을 고려해 최소 2시간 텀을 두고 예약을 잡는 것이 좋다.
3. 집 둘러보기
가능하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아파트 주위 동네 분위기를 한 번 살펴보자. 그리고 약속시간에 맞춰 아파트 관리사무소(리징오피스)로 가면 된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아파트단지와 집 내부, 비용 등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해주고, 직원과 같이 또는 직원 없이(코로나 여파) 집을 보러 가게 될 것이다. 만약 관리인과 함께 집을 보러가게 된다면 스몰토크를 가장해 이런저런 질문을 막 던져보자.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상담 시 확인해야 할 것
1. 내가 원하는 조건의 집이 있는지, 있다면 언제 입주가 가능한지
2. 계약 기간은 얼마인지. 우리 아파트는 10개월, 11개월, 12개월 계약이 가능했다.
3. 렌트비 외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예: 관리비, 수도세, 인터넷, 쓰레기 처리, 주차비 등)은 얼마인지
4. 프로모션이 있는지. 비수기에 이사를 하거나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면 1~2개월 렌트비를 할인해주는 경우가 있다.
5. 계약 시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I-94가 필요할 수도 있고, SSN이 없으면 deposit이 올라갈 수 있도 있다.
6. 미국에서는 내가 렌트비를 밀리지 않고 제때 낼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소득증빙 서류(예: 3개월치 월급명세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입사 전이라면 연봉이 적혀있는 오퍼레터로 월급명세서를 대체할 수 있는지도 꼭 확인해보자.
참고로 아직 집에 사람이 살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집 안에 들어가서 내부 구조를 보고 다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모델하우스나 비어있는 집만 볼 수 있다. 매물은 나왔으나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면 밖에서 위치와 외관만 살펴보고 내부는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해야 한다.
집 내부를 둘러볼 때 확인해야 할 것
- 창은 어느 방향으로 나있는가, 집에 해는 잘 드는가. 남향을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향에 대한 선호가 별로 없다. 북향인데 비싼 집도 많다.
- 수납공간은 충분한가
- 화장실/부엌에 물은 잘 나오는가
- (집이 1층인 경우) 윗집에서 소음이 얼마나 나는가. 미국은 나무로 집을 짓기 때문에 마루바닥이 삐걱대는 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린다. 윗집 사람의 이동 경로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 소리에 예민하다면 1층은 피하도록 하자
- 벌레가 자주 나오는가. 미국 집과 벌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 1층이라면 벌레가 많이 나올 확률이 높다.
- 기본으로 주는 가전/가구가 너무 오래되지는 않아보이는가
- 층고가 너무 낮지는 않은가
짧은 시간에 여러 아파트를 둘러보다보면 그게 그거같고 이 아파트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게된다. 집을 둘러볼때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이 좋다.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다들 흔쾌히 그러라고 해준다.
4. 계약할 집 고르기
여러 아파트를 둘러보았다면 이제 계약할 집을 고를 차례. 미국도 좋은 가격과 좋은 위치의 집은 금방금방 나가기 때문에 고민의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 개인적으로 매물을 본 후 이틀 안에 계약을 할지, 말지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나는 집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표로 만들어 정리했는데 아파트별 특징이 눈에 잘 들어오고 좋았다.
집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
- 아파트 준공연도
- 집 크기
- 집 구조
- 층 수
- 바닥 소재
- 월세 + 관리비
- Deposit (보증금)
- Application fee (지원비)
- 기본으로 주어지는 가전/가구 종류, in unit 여부
- 관리인의 태도: 관리인이 성의 없고 대충대충 하는 것 같아 보인다면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 주변 환경/동네 분위기
- 집을 둘러보고 난 후 느낀점
아파트 이름 | 준공연도 | 크기 (sq ft) |
집 구조 | 층 | 렌트비+ 관리비 |
바닥 | 가전 | 투어 후 의견 |
A | 1990 | 610 | 방 1, 화 1 | 1층 | 2800 | 전부 나무 | 냉장고, 식세기,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 - 직원이 친절함 - 아기 키우는 사람이 많음 - 라운지 이용이 활발해보임 |
B | 2019 | 690 | 방 1, 화 1 | 2층 | 2900 | 나무+카페트 | 냉장고, 식세기,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전자렌지 | - 생각보다 집이 넓음 - 동네가 굉장히 조용함. 근처에 편의시설은 전혀 없음 |
C | 2010 | 750 | 방 2, 화 1 | 3층 | 3300 | 나무+카페트 | 냉장고, 식세기,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 - 투베드라 그런지 집이 좀 컸는데 카페트에서 냄새가 많이 남 - 층고가 높아서 좋았음 |
D | 1987 | 840 | 방 2, 화 2 | 1층 | 2900 | 전부 나무 | 냉장고, 식세기, 세탁기, 건조기 | - 집이 도로쪽이라 그런지 소음이 좀 있음 - 집값이 싼 대신 동네가 좀 무서움 |
5. Application 작성하기
미국에서 처음 집을 구한다먼 집 계약에 지원서가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한국은 원하는 집이 있으면 "계약할게요~ 계약서 쓰시죠~"라고 하면 끝이지만.. 미국은 집주인이 나의 신분상태, 재정상태 등을 확인한 후 이 사람과 계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만 계약을 할 수 있다. 즉, 집주인이 나를 거절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여기서 중요한 것. application을 할 때에는 application fee를 따로 내야한다. 우리 아파트의 application fee는 인당 50불이었고, application에 떨어지더라도 이미 낸 수수료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파트에 따라 administrative fee를 따로 요구하는 곳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둘러볼 때 내가 이 집에 지원할 자격이 있는지, 아파트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없을 때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Application은 온라인으로만 가능한 곳도 있고,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모두 가능한 곳도 있다. 아파트마다 정책이 다르다. 내가 계약한 아파트는 온라인으로만 application을 받는 곳이라(요새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렇다) 아파트 사이트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적으라는 정보를 적고, 내라는 서류를 첨부하고, 지원비를 결제했다.
Application form 예시 (아파트마다 다르다)
- 신청자 이름, SSN, 생년월일, 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 동거인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 직장 이름, 연락처, 근무기간
- 현 거주지 주소, 비용, 거주기간 등
- 애완동물 여부
- 이전 거주지 주소, 비용, 거주기간 등
6. 계약서 작성하기
다행히 우리의 신분과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지 별 탈 없이 허가가 떨어졌다. 계약서 역시 온라인(전자서명)으로 작성했고, 입주 날 리징오피스에서 계약서를 인쇄해주었다. 우리 아파트 계약서는 무려 54페이지나 되었기 때문에 한 번 읽어보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아파트 렌트 계약서 내용 (아파트마다 다름)
- 계약 기간
- 보증금, 렌트비, 관리비, 주차비
- 세입자에게 제공한 열쇠 개수
- 보험 여부
- 계약 기간보다 일찍 나갈 경우, 퇴거 시 주의사항, 계약위반 시 대응방법
- 월세를 늦게 낼 경우
- 반려동물 관련 규칙, 추가 금액
- 공용시설 유무, 사용 규칙
- 흡연 가능 여부, 흡연 규칙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계약서는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보자. 만약 애매한 내용이 있으면 계약서에 싸인하기 전에 리징오피스에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7. 입주하기
입주의 날이 밝았다. 짐을 싸들고 일단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가자. 그럼 관리인이 입주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아파트 키를 줄 것이다. 키를 받고 집에 들어가면 일단 동영상부터 찍자. 이사 나갈 때 내가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 내가 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그랬다라는 증거를 남겨두자.
다들 좋은 집 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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